『삼명통회』의 십간분배천문 편은 열 천간을 우레, 바람, 해, 별 같은 하늘의 현상에 하나씩 짝지었고, 병(丙)에는 해를, 정(丁)에는 별을 붙였습니다. 같은 불인데 하나는 낮의 해이고 하나는 밤의 별입니다. 병화 일간, 정화 일간을 읽는다는 것은 이 낮과 밤의 차이에서 출발해, 나머지 글자들이 두 일간에게 각각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지 확인하는 일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정(丁)을 천간의 넷째로 풀이하니 병은 그 바로 앞의 셋째 글자이고, 대백과사전의 사주 항목은 병과 정을 한데 묶어 화운이라 부릅니다. 이웃한 두 불이 같은 글자를 만나면 십성 이름이 뒤집힙니다. 임수가 병에게는 편관인데 정에게는 정관인 것이 대표적입니다. 일간이 여덟 글자 가운데 어느 자리인지부터 확인하려면 일간이 가리키는 글자를 먼저 보면 됩니다.
낮의 해와 밤의 별
『삼명통회』는 병을 해로 설명하면서, 해가 아침에 떠서 저녁에 지듯 양의 불은 인(寅)에서 나고 유(酉)에서 죽는다고 풀었습니다. 병일에 태어난 사람은 겨울이나 여름보다 봄과 가을이 낫다는 말도 같은 대목에 있습니다. 봄볕은 만물을 데우는 공이 있고 가을볕은 말리는 쓰임이 있는 반면, 겨울의 해는 흐리고 여름의 해는 찌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붙어 있습니다.
정은 별입니다. 해가 기울면 별이 돌아온다는 식으로 이어 놓고, 별은 밤에야 찬란하고 음의 불은 어둠에 가까울수록 빛난다고 설명합니다. 정일에 태어난 사람이 밤과 가을을 반긴다는 구절은 별빛이 때를 만났을 때라는 비유입니다. 두 글자 모두 글자 자체의 기질보다 때와 짝지어 읽혀 왔다는 점이 고전 해설의 기본 어조입니다.
그래서 일간이 병이나 정으로 확인되면 다음 질문은 곧바로 태어난 달이 어느 계절이냐가 됩니다. 이름표를 붙이는 작업은 그 뒤에 오는 두 번째 단계입니다.
맹렬한 불과 부드러운 불
『적천수』 천간론은 병화를 ‘猛烈’로, 정화를 ‘柔中’으로 열었습니다.
병화는 서리와 눈을 업신여기는 불
원문은 병화가 서리를 업신여기고 눈을 깔볼 만큼 맹렬하고(欺霜侮雪), 단단한 경금도 달굴 수 있지만 신금을 만나면 도리어 움츠러든다(逢辛反怯)고 적었습니다. 풀이는 병이 순양의 성질이라 가을도 겨울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하고, 신금 앞에서 약해지는 이유로 합하면 힘이 기운다는 점을 듭니다. 이 합이 무엇인지는 아래에서 다시 만납니다.
정화는 약해도 궁하지 않은 불
정화는 겉은 부드럽고 속은 밝은 불로 그려집니다. 왕성해도 사납지 않고(旺而不烈) 쇠해도 궁하지 않다(衰而不窮)는 구절이 따라붙고, 여름에 나면 불길이 사납지 않으며 가을이나 겨울에는 갑목 하나만 얻어도 쇠하되 끊기지 않는다는 풀이가 이어집니다. 불꽃의 크기가 아니라 꺼지지 않는 결을 말하는 비유입니다.

기준 글자가 바뀌면 이름도 바뀝니다
십성은 일간과 다른 글자의 관계에 붙는 이름입니다. 대백과사전 사주 항목도 격국을 가르는 육친 이름으로 정재·편재·정관·편관·인수·식신·상관을 꼽습니다. 일간을 낳는 글자는 인성(편인·정인), 같은 오행은 비견·겁재, 일간이 낳는 글자는 식신·상관, 일간이 극하는 글자는 편재·정재, 일간을 극하는 글자는 편관·정관입니다. 음양이 같으면 편인·편재·편관·식신·비견이, 다르면 정인·정재·정관·상관·겁재가 붙습니다. 아래 표는 이 규칙을 병과 정에 적용한 것입니다.
| 만나는 천간 | 병화 기준 | 정화 기준 |
|---|---|---|
| 갑목 | 편인 | 정인 |
| 을목 | 정인 | 편인 |
| 병화 | 비견 | 겁재 |
| 정화 | 겁재 | 비견 |
| 무토 | 식신 | 상관 |
| 기토 | 상관 | 식신 |
| 경금 | 편재 | 정재 |
| 신금 | 정재 | 편재 |
| 임수 | 편관 | 정관 |
| 계수 | 정관 | 편관 |
표를 가로로 읽으면 오행 관계는 그대로인데 편과 정이 서로 뒤바뀝니다. 병이 양이고 정이 음이라, 같은 상대와 음양이 맞느냐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열을 따로 보면 규칙이 한 번 더 드러납니다. 병 기준 열에서 편자가 붙은 글자(편인·편재·편관)와 식신, 비견은 전부 양간인 갑·병·무·경·임이고, 정 기준 열에서는 같은 이름이 전부 음간인 을·정·기·신·계에 붙습니다. 일간과 음양이 같은 다섯 글자에 편이 붙는다는 말입니다. 명식에서 다른 천간이 보이면 이 표에서 이름을 찾고, 그 글자가 어느 자리(월간인지 시간인지)에 앉았는지를 다음으로 봅니다.
음양만 다른 두 불, 서로가 겁재
표의 병화 줄과 정화 줄을 보면 병 기준의 정도 겁재이고, 정 기준의 병도 겁재입니다. 오행이 같고 음양만 다르면 겁재라는 규칙이 두 방향에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같은 글자끼리는 겁재가 아니라 비견이라서, 병 기준의 병과 정 기준의 정은 표에서 비견으로 나옵니다. 이름에 겁(劫)이 들어 있다고 해로운 글자라는 판정이 아니라, 같은 오행 안에서 음양이 다르다는 위치 표시일 뿐입니다. 해와 별이라는 비유를 그대로 가져오면 두 불은 낮과 밤으로 시간대를 나눠 맡는 관계에 가깝고, 이 글은 그 쪽으로 읽었습니다. 두 글자가 한 명식에 함께 있을 때 서로의 합을 막는다는 점은 아래 합 항목에서 이어집니다.
갑목은 태우고 을목은 품는 불
『적천수』 풀이는 불을 낳는 두 나무를 가족 비유로 갈랐습니다. 을목은 정화의 어머니라서 정화가 을을 품어 효를 다하지만, 병화는 갑목을 품으면 오히려 태워 없앤다고 합니다. 불이 왕성한 인·오·술 땅에 갑목이 더해지면 말라서 타 버린다는 구절(虎馬犬鄉 甲來焚滅)도 같은 맥락입니다. 낳아 주는 글자가 많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받는 불의 크기와 맞아야 한다는 읽기입니다. 병 기준의 갑(편인)을 같은 양끼리 힘이 곧장 건너가는 관계로, 을(정인)을 음양이 맞아 부드럽게 건너가는 관계로 가르는 것은 원전에 없는 이 글의 해석입니다. 생이 늘 이로운지는 상생과 상극을 다시 읽은 글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흙이 쌓일수록 누그러지는 불
『적천수』 풀이는 토를 병화의 자식으로 두고, 무토와 기토가 많이 보이면 병화는 자애로운 덕을 드러낸다고 했습니다(土眾成慈). 자식이 많아진 불이 사나움을 누그러뜨린다는 그림입니다. 흙은 불이 낳는 글자라 불의 기운이 밖으로 새는 방향이고, 병 기준과 정 기준에서 무와 기의 이름이 서로 바뀌는 것은 표에서 본 그대로입니다.
경금은 달구고 신금 앞에서는 움츠러드는 불
『적천수』는 병화가 경금을 달굴 수 있다고 하면서 신금 앞에서는 움츠러든다고 했으니, 같은 금이라도 경금은 병이 다루는 대상이고 신금은 병과 합하는 상대입니다. 불이 극하는 두 글자가 병 기준으로는 재성의 편과 정으로 갈려, 정 기준으로는 그 이름이 거꾸로 붙습니다. 같은 관계를 경금 쪽에서 보면 병은 경금을 극하는 편관이 되며, 그쪽 읽기는 경금 일간 이야기에서 이어집니다.
물 앞의 불, 그리고 합과 충
임과 계는 불을 극하는 글자입니다. 병과 임은 둘 다 양이라 같은 음양끼리 맞서는 편관이 되고, 정과 임은 음양이 달라 짝을 맞춘 정관이 됩니다. 한 글자가 십성 이름, 합, 충이라는 세 가지로 불리는 자리가 바로 여기입니다. 임은 정과 합의 짝이면서 병과는 충의 자리에 놓입니다.
『삼명통회』 편관 편은 편관을 같은 음양끼리 만나 짝을 이루지 못하는 극으로 설명하고(猶二男不同處 二女不同居), 일곱 번째 자리에서 맞선다는 뜻에서 칠살이라고도 부릅니다. 같은 임수라도 병에게는 같은 양끼리 맞서는 편관이고 정에게는 음양이 짝을 이루는 정관이니, 이름에서부터 정면으로 맞서는 극과 짝을 맞춘 제어가 갈립니다.
합은 짝이고, 변신은 조건이 붙습니다
『삼명통회』 십간화기 편은 합을 음과 양이 짝을 이루는 부부의 도리로 설명합니다. 병은 신(辛)과, 정은 임(壬)과 짝입니다. 표에서 신은 병 기준 정재, 임은 정 기준 정관이니, 합의 짝은 음양이 다른 극 관계라서 언제나 정재나 정관이라는 ‘정’자 이름을 받는다는 규칙이 읽힙니다. 같은 편에서는 병신(丙辛)이 수로, 정임(丁壬)이 목으로 변한다고 하지만 조건이 붙습니다. 병신은 申·子·辰월에 변하고 그다음으로 10월에도 변하며, 정임은 亥·卯·未월에 변하고 그다음으로 정월에도 변합니다. 병신 곁에 정이 있거나 정임 곁에 병이 있으면 변하지 않는다(妒合)고 덧붙입니다. 합이 곧 변신은 아니고, 두 불이 서로의 변신을 막는 글자라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충은 일곱 번째 자리입니다
같은 책의 충격 편은 지지의 충이 일곱 번째 자리라는 원리를 천간의 살(煞)에도 적용합니다. 병에서 일곱 번째가 임이고 정에서 일곱 번째가 계입니다. 이 쌍을 천간충으로 묶어 부르는 것은 후대의 관행이고 어느 쌍까지 충으로 세는지는 자료마다 다릅니다. 이 글은 일곱 번째 원리에 맞는 병임과 정계 두 쌍만 충으로 읽었습니다. 두 쌍은 모두 병 기준 임, 정 기준 계라 편관 자리와 겹칩니다.

병화와 정화를 두고 굳어진 세 가지 오독
첫째는 병화가 늘 밝고 앞에 나선다는 말입니다. 고전 해설은 병의 쓰임이 계절에 따라 갈린다고 했고, 신금과 합하면 도리어 움츠러든다는 구절까지 남겼습니다. 글자 하나에서 한 가지 태도를 뽑아내는 말은 원문보다 단정적입니다.
둘째는 정화가 약한 불이라는 말입니다. 원문은 정화를 약하다고 하지 않고 쇠해도 궁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센지 여린지는 글자가 아니라 태어난 달과 곁의 글자에서 정해지고, 별이 밤에 빛나듯 때를 만나면 쓰임이 커진다는 것이 『삼명통회』가 그린 모습입니다. 정 기준으로 임이 정관이라는 사실도 약한 불이 물에 눌린다는 단정을 뒷받침하지 않습니다. 정관은 짝을 맞춘 제어이고, 정과 임은 합의 짝이기도 합니다.
셋째는 병화가 임수를 만나면 꺼진다는 말입니다. 『삼명통회』 편관 편에 병화가 임을 만나면 불꽃이 검어져 빛이 없다는 구절이 실제로 있습니다. 다만 같은 대목은 편관이 월령과 판세에 따라 흉하기도 길하기도 하다는 조건을 갑과 경의 예로 먼저 달아 둡니다. 구절만 떼어 내 임을 만나면 꺼진다고 외우면 원문이 붙인 조건이 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