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은 도와주니 좋고 상극은 해치니 나쁘다는 말은 상생상극을 가장 짧게 줄인 요약이지만, 고전이 오행을 설명한 방식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삼명통회』는 극하는 대상을 재물(財)이라 부르고, 낳아 주는 쪽을 쉬는 쪽(休)이라 부릅니다. 이름만 놓고 보면 극이 이롭고 생이 물러나는 셈입니다.
오행의 힘을 왕·상·휴·수·사 다섯 이름으로 매기는 왕상휴수사에서 휴(休)는 쉰다, 수(囚)는 갇힌다, 사(死)는 죽는다는 뜻이어서 모두 힘의 상태를 가리킵니다. 같은 생과 극이 계절에 따라 도움이 되기도 하고 짐이 되기도 하는 까닭이 이 이름들에 담겨 있습니다.
한 바퀴는 낳고 한 바퀴는 누릅니다
상생은 목에서 화, 화에서 토, 토에서 금, 금에서 수, 수에서 다시 목으로 이어지는 순서이고, 상극은 목이 토를, 토가 수를, 수가 화를, 화가 금을, 금이 목을 누르는 순서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의 상생 풀이는 금은 수와, 수는 목과 하는 식으로 앞뒤 오행이 조화를 이룬다고 적어서, 사전의 낱말 뜻에는 도와준다보다 어울린다가 가깝습니다. 극의 짝은 『삼명통회』 왕상휴수사 편의 설명에 목극토, 수극화, 화극금 같은 말로 그대로 나옵니다.
두 바퀴를 겹치면 한 오행에게 네 방향이 생깁니다. 오행을 목·화·토·금·수 순으로 원에 놓으면 생은 바로 옆 칸으로, 극은 한 칸을 건너뛴 칸으로 향한다는 점도 보입니다. 그래서 낳는 관계와 누르는 관계가 한 오행에서 서로 다른 거리로 갈라집니다. 내가 낳는 것, 나를 낳는 것, 내가 극하는 것, 나를 극하는 것입니다. 아래 그림은 다섯 오행을 이 네 방향으로 풀어 둔 것입니다. 예컨대 토는 금을 낳고, 화에게 낳음을 받으며, 수를 극하고, 목에게 극을 받습니다. 이 한 줄을 다섯 오행에 되풀이한 것이 그림입니다. 순서를 외우는 것보다 지금 말하는 관계가 이 네 방향 가운데 어느 쪽인지 매번 확인하는 편이 오해를 줄입니다.

극이라는 글자가 만든 오해
극(剋)이라는 글자는 해친다는 인상을 주지만, 『삼명통회』는 극하는 쪽과 극받는 쪽에 서로 다른 이름을 붙입니다.
극하는 쪽에서 보면 재물입니다
왕상휴수사 편은 봄에 목이 왕성할 때 토를 목의 재(財)라고 부릅니다. 재는 갈무리해 두는 물건이라는 설명 아래, 초목이 돋는 철에는 흙이 기운을 흩는다고 풀이하고, 그래서 봄의 토는 죽은 상태(死)입니다. 십성에서 일간이 극하는 글자를 재성이라 부르는 이름이 이 설명과 이어집니다. 극하는 쪽은 상대를 쓰는 쪽이라는 뜻입니다.
귀(鬼)라는 이름은 반대편에서 붙은 이름입니다. 나를 극하는 힘을 나를 괴롭히는 쪽에서 보면 귀가 되고, 내가 극하는 대상을 쓰는 쪽에서 보면 재가 됩니다. 같은 극에 방향에 따라 이름이 둘 붙은 셈이어서, 극이 나쁘다고 단정하는 말은 두 이름 가운데 하나만 기억한 결과입니다.
왕을 치려던 쪽은 갇히고, 왕에게 눌린 쪽은 죽습니다
같은 설명은 눌린 쪽에도 두 이름을 따로 붙입니다. 봄에 금은 목의 귀(鬼), 곧 목을 극하는 글자입니다. 그런데 화가 금을 극해 누르기 때문에 금은 힘을 쓰지 못하고 갇힌 상태(囚)가 됩니다. 반대로 목이 극하는 토는 목에게 눌려 죽은 상태(死)입니다. 극을 받아야 할 목이 오히려 극에서 벗어나 있는 셈이라, 극은 두 글자 사이의 직선이 아니라 연쇄 속에서 읽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계절이 먼저 서열을 매깁니다
왕상휴수사는 그 계절을 맡은 오행을 기준으로 다섯 오행에 등급을 매기는 방법입니다. 계절의 오행이 왕(旺), 그가 낳는 오행이 상(相), 그를 낳는 오행이 휴(休), 그를 극하는 오행이 수(囚), 그가 극하는 오행이 사(死)입니다. 봄에는 목이 왕, 화가 상, 수가 휴, 금이 수, 토가 사입니다. 여름에는 화가 왕, 토가 상, 목이 휴, 수가 수, 금이 사입니다. 봄과 여름의 배열은 원문에 있는 그대로이고, 가을과 겨울은 같은 규칙을 적용해 이 글에서 계산한 것입니다. 원문은 여름의 끝인 6월에 토를 왕으로, 금을 상으로 두어 한 해를 네 계절이 아니라 토가 끼어든 다섯 구간처럼 씁니다.
눈여겨볼 곳은 낳아 주는 쪽이 휴, 곧 쉬는 쪽이 된다는 점입니다. 원문은 자식이 때를 얻어 높은 자리에 오르면 낳아 준 부모는 물러날 줄 알아야 하므로 수가 휴라고 설명합니다. 생이 언제나 힘을 더해 주는 방향이라면 낳아 주는 쪽에 쉰다는 이름이 붙을 이유가 없습니다. 같은 수생목이어도 봄에는 주는 수가 쉬는 쪽이고, 수가 왕인 겨울에는 주는 힘이 다릅니다.
같은 규칙을 병화 하나에 대 보면 계절별 등급이 이렇게 갈립니다. 봄에는 화가 상, 여름에는 왕, 가을에는 수, 겨울에는 사입니다. 같은 글자가 한 해 안에서 계절마다 다른 등급을 받으므로, 일간 이야기에서 태어난 계절을 먼저 묻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왕상휴수사는 힘의 서열이지 길흉의 서열이 아닙니다. 봄의 토가 사의 자리에 있다는 말은 목의 입장에서 토가 취할 수 있는 재라는 말과 함께 쓰였고, 사라는 등급 이름만으로 불행을 읽지는 않습니다. 등급의 이름과 그 글자가 일간에게 이로운지는 따로 판단합니다.
생이 지나칠 때
생이 지나치면 주는 쪽과 받는 쪽이 각각 다른 문제를 겪습니다. 주는 쪽은 자기 기운이 줄어드는 문제이고, 받는 쪽은 받은 기운을 소화하지 못하는 문제입니다.
주는 쪽은 기운이 샙니다
이를 설기(泄氣)라고 합니다. 대백과사전의 사주 항목은 목이 넘치는 명식(木太過)에 화가 오면 목생화로 목을 설기시키고, 금이 오면 금극목으로 목을 극해 주어 균형이 잡힌다고 해석합니다. 넘치는 쪽에게는 생으로 기운을 덜어 내는 설기도, 극도 균형을 맞추는 도구가 됩니다. 주는 쪽에서 생은 베푸는 일이면서 기운이 나가는 일입니다. 낳는 대상이 늘어날수록 주는 쪽이 비어 갑니다. 『적천수』가 병화의 자식인 토가 많아지면 병화가 자애로운 덕을 드러낸다(土眾成慈)고 적은 대목도, 달리 읽으면 불이 흙을 키우느라 기운을 쓰고 누그러진다는 설기의 장면입니다.
받는 쪽은 묻히거나 타 버립니다
『적천수』 천간론과 『삼명통회』에는 받는 쪽이 감당하지 못하는 장면이 세 번 나옵니다. 신금은 흙이 겹치는 것을 두려워하는데(畏土之疊), 풀이는 무토가 많으면 묻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병화는 불이 왕성한 인·오·술 땅에 갑목이 더해지면 말라서 타 버립니다(甲來焚滅). 『삼명통회』의 천간 음양생사 편은 을목이 물이 넘치면 뜨고 뿌리가 약해져 해(亥)에서 죽는다(水泛木浮)고 적었습니다. 토생금, 목생화, 수생목 세 방향 모두에서 지나친 생이 받는 쪽을 해치는 예가 있는 셈입니다. 세 예의 공통점은 생의 양이 받는 쪽이 이미 가진 힘보다 많다는 점입니다. 낳아 주는 글자가 반드시 이롭다는 규칙이 아니라, 받는 쪽이 감당할 만한 크기인지가 먼저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극이 쓸모가 될 때
극도 알맞으면 형태를 만듭니다. 『삼명통회』는 곧고 강한 갑목을 재목에 가까운 나무로 설명하면서 도끼로 깎아야 비로소 그릇이 된다고 합니다(須仗斧斤斫削方成其器). 『적천수』는 경금이 불을 얻으면 날카로워진다고 하고, 병화가 경금을 달굴 수 있다고도 합니다. 목이 금을 만나 그릇이 되고 금이 불을 만나 날이 서는 장면에서 극은 형태를 만드는 힘입니다. 목이 넘치는 명식에 금이 와서 목을 극해 주는 앞의 백과 예도 같은 계열의 적절한 극입니다.
극이 통하는 상대와 통하지 않는 상대가 같은 오행 안에서도 갈립니다. 병화는 경금을 달굴 수 있지만 신금을 만나면 도리어 움츠러듭니다(逢辛反怯). 신금과는 극이 아니라 합이 되기 때문입니다.
극이 넘치면 부러집니다
같은 책에서 을목은 부드러운 산 나무(活木)라서 양금의 도끼질을 우환으로 꼽습니다. 갑목에게 쓸모가 되는 도끼가 을목에게는 상처가 됩니다. 극을 맞는 쪽이 단단한지 여린지, 극하는 쪽이 얼마나 센지가 극의 값을 정합니다. 『적천수』 풀이에는 수가 거세게 오는 때에 병화가 오히려 절개를 드러낸다(水猖顯節)는 대목도 있어서, 극을 받는 자리를 파멸이 아니라 시험으로 읽은 경우도 확인됩니다.
생극을 읽을 때 먼저 던질 세 질문
첫째 질문은 누구를 기준으로 보느냐입니다. 같은 목생화라도 목에서 보면 기운이 나가는 일이고 화에서 보면 받는 일이어서, 기준 글자를 정하지 않으면 해석이 반대로 나옵니다. 일간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명리의 관행입니다.
둘째 질문은 그 글자가 이 계절의 서열에서 어느 단계에 있느냐입니다. 같은 극이라도 극하는 쪽이 왕이면 힘이 실리고 수이면 눌려 있습니다.
셋째 질문은 연쇄 속에서 누가 누구를 누르고 있느냐입니다. 봄의 금이 화에 눌려 갇혀 있듯, 나를 극하는 글자가 있어도 그 글자를 누르는 글자가 곁에 있으면 극의 무게가 달라집니다. 이 세 질문에 답한 다음에야 개수를 셉니다. 개수가 많은 쪽이 센 것이 아니라 계절의 서열 위에서 개수가 의미를 갖습니다.
내 명식에서 확인할 자리
일간 기준으로 네 방향에 이름을 붙이면 나를 낳는 쪽은 인성, 내가 낳는 쪽은 식상, 내가 극하는 쪽은 재성, 나를 극하는 쪽은 관성이 됩니다. 명식에서 계절은 월지가 정합니다. 월지가 속한 계절의 오행을 왕으로 놓고 일간이 그 서열에서 어디에 있는지 먼저 정한 뒤, 나머지 글자를 생과 극의 방향으로 나눠 세는 순서입니다.
가상의 예로 월지가 오(午)인 명식을 놓아 보겠습니다. 여름이라 화가 왕이고, 일간이 금이라면 금은 사의 자리에서 출발합니다. 그 금을 낳아 주는 토는 상 단계라 도움이 닿을 수 있는 쪽이고, 금을 누르는 화는 왕 단계라 힘이 실려 있습니다. 어느 글자가 몇 개인지를 세기 전에 이 서열부터 적어 두는 것이 순서입니다. 전체의 균형을 한 번에 읽는 방법은 오행 밸런스 읽는 법에서, 한 기운이 넘칠 때 생기는 일은 오행 과다의 장점과 그늘에서 이어집니다.
개수를 세는 방식도 결과를 바꿉니다. 대백과사전 사주 항목의 표는 겉으로 드러난 여덟 글자를 기준으로 오행 수를 셉니다. 지지 속에 숨은 천간을 더하면 개수가 달라지므로, 어느 방식으로 셌는지 적어 두어야 두 명식을 비교할 수 있습니다.

네 가지 상황을 한 표에 놓으면
표의 첫 칸인 모자란 생은 앞에서 다루지 않았으니 먼저 적어 둡니다. 『적천수』 기토 풀이는 뿌리 없는 불이 젖은 흙을 키우지 못한다(無根之火 不能生濕土)고 하여, 낳는 쪽이 약하면 생이 닿지 않는 경우를 보여 줍니다. 이 예와 앞에서 본 사례를 생과 극의 모자람과 지나침으로 나누면 네 상황이 됩니다. 어느 칸에 속하는지는 글자 이름이 아니라 크기와 계절이 정합니다.
| 상황 | 일어나는 일 | 원문의 예 | 먼저 물을 것 |
|---|---|---|---|
| 모자란 생 | 주는 쪽이 약해 힘이 닿지 않는다 | 뿌리 없는 불은 젖은 흙을 키우지 못한다(己土) | 주는 쪽이 이 계절에 힘을 얻었는가 |
| 과한 생 | 받는 쪽이 묻히거나 타 버린다 | 흙이 겹치면 묻히는 신금, 갑목이 더해져 타는 병화 | 받는 쪽이 감당할 크기인가 |
| 적절한 극 | 극이 형태를 만들거나 넘침을 덜어 준다 | 도끼로 깎여 그릇이 되는 갑목, 불을 얻어 날이 서는 경금, 넘치는 목을 극하는 금 | 극하는 힘이 알맞은 크기인가 |
| 과한 극 | 극받는 쪽이 꺾인다 | 도끼질이 우환인 을목 | 극받는 쪽에 뿌리와 도움이 있는가 |
표의 네 칸은 서로 대칭이 아닙니다. 모자란 생의 예는 원문에서 드물고, 지나친 생과 극의 예는 여러 곳에서 되풀이됩니다. 고전이 주로 경계한 쪽이 넘침이었다고 읽을 수도 있지만, 이 글은 거기까지 단정하지 않고 예를 찾을 수 있는 만큼만 적었습니다.
명식에서 생이나 극의 연결을 하나 찾았다면 이 네 칸 가운데 어디에 놓일지를 오른쪽 질문으로 가립니다. 칸이 정해지기 전에는 그 연결이 이롭다거나 해롭다는 이름을 붙이지 않는 것이 이 표의 용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