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에 없는 오행은 정말 없는 걸까

사주에 불(火)이 하나도 없다는 말을 들었다면, 그 사주에는 정말 불이 없는 걸까요. 이 물음에 있다 없다로 답하려면 먼저 무엇을 세어서 나온 숫자인지부터 정해야 합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이 쓰는 기준은 겉으로 드러난 여덟 글자이고, 그 기준에서 0이면 불급(不及)입니다. 그런데 고전은 지지 안에 숨은 글자를 따로 적어 두었고, 그것까지 세면 같은 명식에서 다른 답이 나올 수 있습니다. 한 명식을 두 방식으로 세어 보면 없다는 판정이 어디서 갈리는지가 드러납니다.

‘없다’가 기대는 숫자는 겉 여덟 글자입니다

백과의 사주 항목은 오행이 고루 갖춰졌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을 숫자로 둡니다. 태과(太過)는 3 이상, 불급은 0입니다. 이 숫자가 세는 대상은 연·월·일·시 네 기둥의 천간 네 자와 지지 네 자, 곧 겉으로 드러난 여덟 글자입니다. 간지 한 글자가 오행 하나로 계산되므로 다섯 오행의 개수를 모두 더하면 언제나 여덟이 됩니다. 한 오행이 0이면 여덟 글자가 나머지 네 오행에 몰려 있다는 뜻이고, 이 몰림이 백과가 말하는 편협함의 정체입니다. 항목에는 두 명식이 나란히 실려 있습니다. 하나는 천간이 갑·을·계·병, 지지가 오·해·유·진이어서 오행이 2·2·2·1·1로 고루 갖춰진 사주이고, 다른 하나는 천간이 무·신·계·갑, 지지가 인·유·묘·인인 사주입니다. 뒤쪽은 세어 보면 목 4, 화 0, 토 1, 금 2, 수 1이어서, 백과는 목태과에 화불급으로 한쪽에 치우친 사주라고 설명합니다.

여기서 ‘화가 없다’는 말은 겉 여덟 글자의 숫자가 0이라는 뜻입니다. 겉 여덟 글자에 없는 경우는 우선 ‘겉에 없음’이라고만 적고, 숨은 글자까지 확인한 뒤에야 무(無)와 약(弱)을 가르겠습니다. 여덟 글자를 오행으로 옮겨 세는 기본 절차가 낯설다면 오행의 균형을 읽는 방법부터 보는 편이 순서에 맞습니다.

같은 명식에 지장간을 넣어 세면

지장간(地藏干)은 지지 안에 들어 있는 천간입니다. 『삼명통회』는 천간을 천원(天元), 지지를 지원(地元)이라 부르고, 지지 속에 갈무리된 것을 인원(人元)이라 하여 태어난 달의 기운, 곧 월령을 맡는 사사지신(司事之神)으로 둡니다. 겉 여덟 글자만 세면 이 인원이 통째로 빠지는 셈입니다. 『연해자평』의 지장간 노래는 인(寅)에는 갑목과 병화, 무토가 함께 있고, 유(酉)에는 신금 하나, 묘(卯)에는 을목 하나가 있다고 적습니다. 앞의 편협한 사주에서 인이 두 자리, 유와 묘가 한 자리씩이므로 숨은 글자는 모두 여덟 개이고, 인 두 자리에서 병화가 두 번 나옵니다. 겉에서 0이던 화가 지장간까지 세면 2가 되는 것입니다.

숫자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겉 여덟 글자는 목 4, 화 0, 토 1, 금 2, 수 1입니다. 여기에 『연해자평』식 지장간 여덟 개를 더하면 목 7, 화 2, 토 3, 금 3, 수 1로 합이 열여섯이 됩니다. 『삼명통회』의 월령 인원 배당으로 세면 인에 간토(艮土)와 병화와 갑목, 묘에 갑목과 을목, 유에 경금과 신금이 들어 있어서 목 8, 화 2, 토 3, 금 4, 수 1이 됩니다. 지장간 글자 하나를 하나로 센 것이 이 숫자를 만든 방식이고, 날수에 비례해 가중치를 주는 방식은 따로 선택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두 자료의 숫자는 다르지만 화가 2라는 점은 같습니다. 이 명식에서 화의 유무는 자료 선택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자료마다 숨은 글자가 다른 두 자리

모든 경우가 이렇게 안정적이지는 않습니다. 『연해자평』은 오(午) 안에 정화와 기토를 두고 『삼명통회』는 병화와 정화만 둡니다. 그러니 겉 여덟 글자에 토가 없는 명식에 오가 있다면, 앞의 자료로는 토가 숨어 있고 뒤의 자료로는 없습니다. 해(亥)는 반대입니다. 『연해자평』의 해에는 임수와 갑목뿐인데 『삼명통회』의 해에는 무토가 함께 있습니다. 같은 명식이 어느 책을 따르느냐에 따라 토를 가진 사주가 되기도, 토가 없는 사주가 되기도 한다는 뜻입니다. 학파에 따라 다르다는 사실을 밝히고 어느 쪽을 따랐는지 적어 두는 것이 이 지점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조건이어서, 아래 점검 순서에서 따른 쪽을 명시합니다.

백과가 편협한 사주의 예로 든 명식에서 겉 여덟 글자, 『연해자평』 지장간 포함, 『삼명통회』 지장간 포함으로 센 오행 개수를 세 줄 막대로 비교한 도해
같은 명식의 오행 개수: 겉 여덟 글자와 지장간 포함의 비교

무와 약을 가르는 점검 순서

숫자가 갈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순서를 정해 두는 편이 편합니다. 순서는 다섯 단계입니다. 첫째, 겉 여덟 글자에서 몇 개인지 셉니다. 둘째, 지장간까지 넣어 어느 자료를 따랐는지 밝히고 다시 셉니다. 여기서는 『연해자평』 배당으로 판정하고, 『삼명통회』와 갈리는 오(午)·해(亥) 같은 지지는 두 결과를 함께 적습니다. 두 자료가 갈리는 지지는 아래 표에 모아 두었습니다. 셋째, 태어난 달에서 그 오행의 기세를 봅니다. 앞의 명식은 월지가 유(酉)이니 가을이고, 『삼명통회』의 왕상휴수사 풀이로는 가을에 화가 수(囚)의 자리에 놓입니다. 숫자가 2여도 계절의 도움은 받지 못하는 화인 셈입니다. 넷째, 그 오행을 낳아 주는 글자와 눌러 놓는 글자가 있는지 봅니다. 목이 많으니 화를 낳는 쪽은 넉넉하고 화를 누르는 수는 하나뿐이라는 식으로, 서로 낳고 누르는 관계는 상생과 상극이 돌아가는 순서를 떠올리면 됩니다. 다섯째, 대운과 세운에서 그 오행의 글자가 들어오는 시기가 있는지 따로 봅니다. 백과가 앞의 명식에서 운에서 화를 만나면 불급이 보완된다고 설명한 것이 이 단계의 예입니다. 다만 들어오는 시기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성향이 달라진다고 단정하지는 않습니다.

결과를 적을 때는 숫자 하나가 아니라 네 칸으로 적어 두면 오해가 줄어듭니다. 앞의 명식의 화는 ‘겉 0, 지장간 포함 2(두 자료 동일), 월령 수(囚), 낳아 주는 목 넉넉함’으로 적히고, 이 한 줄은 불급이라는 낱말 하나보다 훨씬 많은 것을 말해 줍니다. 같은 방식으로 토나 수를 적어 보면 겉에서 없던 오행이 지장간에서 얼마나 되살아나는지, 되살아나도 계절이 받쳐 주는지가 칸마다 갈립니다.

인, 묘, 유, 오, 해 다섯 지지에 들어 있는 지장간을 『연해자평』과 『삼명통회』로 나란히 놓고 토의 유무를 비교한 표
지장간 배당 비교: 『연해자평』 지장간 노래와 『삼명통회』 월령 인원

두 가지 물음에 먼저 답하면

지장간에도 없으면 정말 없는 것인가요?

겉 여덟 글자에도 지장간에도 없을 때 무라고 부르기로 하겠습니다. 다만 무라는 판정이 곧 결함이라는 선고는 아닙니다. 무는 월령과 생극을 거쳐 다른 글자가 그 자리를 어떻게 대신하는지 읽기 시작하는 지점입니다. 『삼명통회』는 생왕을 만났다고 길하다 단정하지 말고 휴수사절을 만났다고 흉하다 말하지 말라고 적습니다.

지장간에 있으면 겉 글자와 같은 힘으로 세나요?

같은 힘으로 세지 않습니다. 『삼명통회』는 인월에 간토가 5일, 병화가 5일, 갑목이 20일을 맡는 식으로 숨은 글자마다 다스리는 날수를 달리 적습니다. 이 날수는 그 지지가 월지일 때의 월령 배당입니다. 앞의 명식에서 인은 연지와 시지라서 같은 셈을 그대로 대지는 않지만, 지장간 글자를 겉 글자와 같은 무게로 세지 않는다는 원리는 같습니다. 인 안의 병화가 있다는 것과 병화가 힘을 쓴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이므로, 있고 없음 다음에 크기를 따로 봐야 합니다. 숫자 2를 힘 2로 읽지 않는 감각이 필요합니다.

빠진 오행을 두고 생기는 세 가지 오독

첫 번째 오독은 없다는 말을 그 기운이 인생에 없다는 뜻으로 읽는 것입니다. 앞에서 본 대로 겉 여덟 글자의 0은 지장간을 넣으면 2가 되기도 하고, 자료에 따라 있다 없다가 갈리기도 합니다. 숫자 하나가 성향의 유무를 선언하기에는 기준이 너무 여럿입니다. 백과도 화불급인 앞의 명식을 두고 성향의 결함을 말하지 않습니다. 운에서 화를 만나면 불급이 보완되는 동시에 목이 화로 흘러 기운이 덜어지고, 금을 만나면 금극목으로 목이 눌려 균형이 잡힌다는 구조를 설명할 뿐입니다. 『삼명통회』도 생왕이면 길하고 휴수사절이면 흉하다고 읽지 말고 과하면 누르고 모자라면 북돋우는 변통을 보라고 일러 둡니다.

두 번째 오독은 부족한 오행을 색이나 음식, 물건으로 채운다는 처방입니다. 백과의 사주 항목은 개운법으로 좋은 이름, 길한 방위, 잘 맞는 궁합을 소개하지만 색이나 음식, 물건으로 오행을 채운다는 처방은 적지 않고, 인용한 고전 대목에서도 그런 처방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름의 글자로 오행을 채운다는 말은 한자 이름이 오행을 갖는 방식부터 따져 봐야 합니다.

세 번째 오독은 겉으로 고루 갖춰진 사주가 곧 좋은 사주라는 읽기입니다. 백과가 고루 갖춘 앞의 명식을 두고 한 말은 ‘일단 좋은 구성’이었고, 그 일단이라는 단서 뒤에는 다른 글자와의 관계를 따지는 과정이 남아 있습니다. 반대편의 3 이상인 태과도 같은 방식으로 지장간을 넣으면 숫자가 달라지므로, 반대로 넘치는 쪽은 오행이 넘칠 때의 읽기에서 같은 셈법으로 다시 세어 볼 수 있습니다.

조성환 — 서울에서 태어난 산업디자이너로, 점술을 운영·편집합니다. 사주·명리 개념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한국민속대백과사전, 한국천문연구원 자료 같은 공개 출처와 대조해 정리합니다. 오행 개수 기준(태과 3 이상, 불급 0)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사주 항목에서 확인했고, 지장간 배당은 『연해자평』과 『삼명통회』 원문을 나란히 놓고 2026년 10월 들어 글자 수를 다시 세어 보았습니다. 틀린 곳이나 궁금한 점은 4ddesigner@naver.com 으로 알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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