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일간은 차갑고 날카롭고, 그중 경금은 거친 원석이나 무쇠, 신금은 세공을 마친 보석이라는 설명을 흔히 봅니다. 그런데 이 비유를 고전의 문장과 맞대 보면 어긋나는 데가 많습니다.
『적천수』 천간론은 신금을 연약하지만 따뜻하고 윤택하며 맑다고 쓰고(辛金軟弱, 溫潤而清), 본문 아래 풀이는 구슬이나 옥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고 못박습니다(非珠玉之謂). 경금에도 원석이라는 말은 없고, 살기를 띠어 굳세기가 으뜸이라는 표현이 나옵니다(庚金帶煞, 剛強為最).
이 글은 경금 일간과 신금 일간에 고전이 실제로 붙인 말과 뒤에 덧붙은 말을 갈라 놓고, 명식에서 이 두 글자를 일간으로 만났을 때 무엇부터 확인하는지까지 이어 갑니다. 한 글자가 성격표가 될 수 없다는 전제는 그대로이니, 아래 내용은 판정이 아니라 읽는 순서로 받아 주세요.
같은 금이지만 음양이 갈린다
천간 열 글자는 오행과 음양으로 갈리는데(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사주 항목), 그중 경(庚)과 신(辛)이 오행으로 금(金)입니다. 『적천수』는 경을 양금(庚乃陽金), 신을 음금(辛乃陰金)이라 적습니다. 일간을 경으로 읽는지 신으로 읽는지가 첫 갈림길인 이유는 십성 이름이 여기서 뒤집히기 때문입니다. 병화가 경금 일간 앞에 오면 화극금으로 나를 극하는 글자인데 음양이 같아 편관이 되고, 같은 병화가 신금 일간 앞에서는 음양이 달라 정관이 됩니다. 정화는 거꾸로 경금에게 정관, 신금에게 편관입니다. 같은 글자가 나타나도 일간에 따라 이름이 정반대로 읽히는 셈입니다.
극하는 방향이 어떻게 정해지는지는 상생과 상극의 순환에 따로 정리했고, 여덟 글자 중 왜 일간부터 짚는지는 일간이란 무엇인가에서 다룹니다. 여기서는 같은 금 안에서 두 글자가 어떻게 다르게 불려 왔는지에 집중합니다.
경금에 붙은 말은 달과 쇠, 그리고 조건들
『삼명통회』 권2 십간분배천문은 경금을 달에 견줍니다. 오행에 경이 있는 것은 사계절에 달이 있는 것과 같고, 경은 가을을 기다리지 않고 장생하지만 가을에야 비로소 성하니 달이 가을에 더 밝은 것과 같다는 설명을 붙입니다. 같은 책의 천간 음양생사 대목은 경을 하늘에서는 바람과 서리, 땅에서는 쇠붙이이며 양금이라 쓰고, 지지 사(巳)를 화로의 불로 보아 그 불이 경금을 단련하면 종이나 솥 같은 그릇이 된다고 합니다(巳為爐冶之火, 鍛煉庚金, 遂成鐘鼎之器).
『적천수』의 한 줄은 이렇습니다. 경금은 살기를 띠어 굳세기가 으뜸이고, 물을 얻으면 맑아지고 불을 얻으면 날카로워지며, 흙이 젖었으면 살고 말랐으면 부서집니다(得水而清, 得火而銳, 土潤則生, 土乾則脆). 마지막은 갑에게는 이기고 을에게는 진다(能勝甲兄, 輸於乙妹)로 맺습니다.
이 문장은 성격을 묘사하기보다 조건을 늘어놓습니다. 물이 곁에 있으면, 불이 곁에 있으면, 흙이 젖었으면 어떻게 되고 말랐으면 어떻게 되는가입니다. 그래서 경금 일간을 짚은 다음의 첫걸음은 ‘강한 사람인가’를 묻는 일이 아니라 명식 안에서 물과 불과 흙이 어떤 상태로 놓였는지 확인하는 일입니다.
『삼명통회』에는 계절 이야기도 한 줄 있습니다. 경일에 태어나 사주에 을사(乙巳)가 나오면 월백풍청(月白風清)이라 부르는데, 이때는 가을이 으뜸이고 겨울이 다음이며 봄과 여름은 취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달이 가을에 더 밝다는 앞의 풀이와 같은 결이지만 을사라는 특정 조합을 전제로 한 문장이므로, 경금 일간 전체의 계절 규칙으로 넓혀 읽지는 않습니다.
조건문을 명식에 대 보는 방식을 가상의 예로 적으면 이렇습니다. 경금 일간의 명식에 물은 보이지 않고 마른 흙이 쌓였으며 불의 기운이 강하다면, 원문 조건 가운데 흙이 말라 부서진다는 쪽에 걸립니다. 같은 일간이라도 젖은 흙과 물이 곁에 있으면 맑아지고 살아난다는 쪽으로 읽습니다. 어느 쪽인지를 가르는 것은 일간이 아니라 곁의 글자입니다.
흔히 보이는 ‘정화로 담금질하고 임수로 씻고 갑목으로 재목을 삼는다’는 처방은 이 글이 대조한 『적천수』 천간론과 『삼명통회』 해당 대목에서 그 형태로는 찾지 못했습니다. 두 책에 있는 것은 불이 쇠를 단련한다는 서술까지입니다. 정화와 갑목이 함께 나오는 곳은 계절별 용신을 다룬 『궁통보감』 삼추 경금 대목입니다. 가을의 첫 달인 칠월의 경금은 굳세고 날카롭기가 극에 달했다고 보아 오로지 정화로 단련하고 다음으로 갑목을 취해 정화를 이끈다고 적습니다(專用丁火煅煉, 次取甲木引丁). 임수와 계수가 함께 오는 것은 모두 마땅하지 않다고도 합니다(壬癸相逢總不宜). 칠월이라는 계절을 전제로 한 처방이어서, 경금 일간 전체의 처방으로 넓혀 읽지는 않습니다.
신금에 붙은 말은 서리와 맑음, 그리고 보석이 아니라는 단서
같은 십간분배천문에서 신금은 서리(霜)입니다. 팔월은 신금이 건록(建祿)을 얻는 달이고, 흰 이슬이 서리가 되어 초목이 누렇게 떨어지는 때이니 신금을 서리에 견주는 것이 맞다는 풀이입니다. 천간 음양생사 대목의 신금은 땅에서는 산과 돌에서 나는 광석(山石之礦)이며 음금이라 하고, 신금이 장생하는 자(子)의 자리에서 물이 일렁이며 뜬 모래를 씻어 내야 비로소 빛깔이 난다고 하여 이를 수제금휘(水濟金輝), 물이 금의 빛을 돕는다고 부릅니다.
『적천수』는 신금을 연약하지만 따뜻하고 윤택하며 맑고, 흙이 겹치는 것을 두려워하며 물이 가득한 것을 즐긴다고 씁니다(畏土之疊, 樂水之盈). 더우면 어머니 격인 토를 반기고 추우면 정화를 반긴다는 구절(熱則喜母, 寒則喜丁)도 있습니다. 풀이는 신이 음금이되 구슬이나 옥을 이르는 말이 아니라 다만 온유하고 맑고 윤기가 있을 뿐이라고 하면서, 무토가 많으면 묻히고 임수가 많으면 빼어나다고 덧붙입니다.
조건문으로 읽는 방식은 신금에도 적용됩니다. 한여름에 태어난 신금 일간이라면 같은 토라도 무토가 많을 때는 묻히는 쪽, 기토를 얻을 때는 불을 가려 지켜 주는 쪽으로 풀이가 갈립니다(戊土多則埋, 得己土則能晦火而存之). 토의 양만 세지 말고 무토인지 기토인지를 먼저 가르는 것이 신금 일간을 여는 첫 작업입니다.
그러니 신금을 ‘세공된 보석’으로 줄이는 말은 고전의 직접 문장이 아니라, 물에 씻겨 빛난다는 서술과 온윤하고 맑다는 서술을 현대 비유로 압축한 것으로 읽는 편이 무난합니다. 이 글이 확인한 범위에서 광석이라는 말이 붙는 곳은 오히려 경금이 아니라 신금 항목입니다. 그래서 이 글은 ‘보석’도 ‘원석’도 쓰지 않고 원문에 가까운 ‘온윤하고 맑다’, ‘굳세다’를 씁니다.
고전 안에서도 비유가 한 가지로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십간분배천문은 신금을 서리라 하지만 천간 음양생사 대목은 신금을 하늘에서는 해와 달, 곧 태음의 정기라고 쓰기도 합니다. 계절로는 신금이 겨울 출생을 반긴다(愛冬生)는 한 줄이 십간분배천문에 있습니다. 비유 하나를 정답처럼 붙들기보다 어떤 서술이 어떤 대목에서 나왔는지를 구분하는 쪽이 읽기에 안전합니다.

짝이 되는 글자와 부딪히는 글자
일간을 읽을 때는 곁의 천간과의 관계가 곧 다음 걸음입니다. 『삼명통회』 십간합은 합을 오누이 이야기로 설명합니다. 동쪽의 갑과 을은 서쪽의 금에 극을 받는데, 갑 오빠가 을 누이를 금 집안에 시집보내 경의 아내가 되니 을과 경이 합이라는 식입니다. 병과 신도 같은 틀입니다. 경 오빠가 신 누이를 불 집안에 시집보내 병의 아내가 되니 병과 신이 합입니다.
합에는 이름도 붙습니다. 을경합은 인의지합(仁義之合)으로, 부드러운 음목과 굳세어 굽히지 않는 양금이 만나 강함과 부드러움이 서로 돕는다는 이유를 댑니다. 병신합은 위제지합(威制之合)입니다. 합이 되면 오행이 바뀌는 합화(合化)로 을경은 금, 병신은 수가 된다는 서술이 같은 권 십간화기 대목에 있지만, 실제 명식에서 합화가 일어나는지를 가리는 조건은 별도의 주제라 이 글은 합이 걸린다는 사실까지만 읽습니다.
합의 짝을 십성 이름으로 바꿔 읽으면 연결이 하나 더 보입니다. 경금 일간에게 을목은 내가 극하는 글자이고 음양이 달라 정재이면서 동시에 합의 짝입니다. 신금 일간에게 병화는 나를 극하는 글자이고 음양이 달라 정관이면서 역시 합의 짝입니다. 합의 짝이 십성으로는 재성과 관성의 자리에 앉으니, 명식에서 그 글자가 눈에 띌 때는 합과 십성 두 이름을 함께 적어 두는 편이 읽기에 유리합니다. 『적천수』가 갑에게는 이기고 을에게는 진다고 한 말도 이 이름으로 바꾸면, 편재인 갑은 극해서 다루는 상대이고 정재인 을은 합으로 끌려가는 상대라는 뜻으로 옮길 수 있습니다.
부딪히는 쪽은 표기가 더 갈립니다. 『삼명통회』 충격 대목은 지지에서 일곱째 자리를 충으로 보듯 천간에서는 일곱째 자리를 살(煞)로 본다며 갑이 경을 만나는 경우를 듭니다(甲逢庚為煞). 같은 셈법으로 세면 을과 신도 일곱째 자리입니다. 다만 이 책은 천간의 부딪힘에 충이라는 이름을 따로 붙이지 않으므로, 갑경충·을신충이라는 이름은 이후의 관행 표기로 보아야 합니다. 천간의 부딪힘을 몇 쌍으로 세는지도 자료마다 달라서, 이 글은 경금·신금과 관계된 두 쌍만 언급합니다.

경금과 신금을 한 장에 놓으면
여기까지 확인한 서술을 표에 모으면 두 글자가 갈리는 지점이 날카로움의 정도가 아니라 무엇을 반기고 무엇을 꺼리는가에 있다는 점이 보입니다.
| 항목 | 경금(庚) | 신금(辛) |
|---|---|---|
| 음양 | 양금 | 음금 |
| 『삼명통회』의 비유 | 달, 바람과 서리, 쇠붙이 | 서리, 산과 돌에서 나는 광석 |
| 『적천수』의 첫 줄 | 살기를 띠어 굳세기가 으뜸 | 연약하나 따뜻하고 윤택하며 맑음 |
| 물 | 얻으면 맑아진다 | 가득한 것을 즐기고, 많으면 빼어나다 |
| 흙 | 젖은 흙은 살리고 마른 흙은 부순다 | 겹치면 두렵고, 많으면 묻힌다 |
| 불과 계절 | 불을 얻으면 날카로워진다 | 더우면 어머니 격인 토를, 추우면 정화를 반긴다 |
경금은 물과 불과 흙이 어떤 상태인지에 따라 맑아지기도 날카로워지기도 부서지기도 한다는 조건이 중심이고, 신금은 흙이 겹쳐 묻히는지, 물이 와서 씻기는지, 계절이 더운지 추운지가 중심입니다. 같은 금 일간이라도 명식을 열면 가장 먼저 짚을 자리가 다릅니다.
경금 일간이면 물·불·흙의 상태와 갑·을 두 글자, 신금 일간이면 흙의 겹침과 물, 계절의 한난과 병·정 두 글자를 먼저 보는 것이 이 글이 따른 순서입니다. 고전의 서술을 읽기 편하게 다시 늘어놓은 순서일 뿐이어서, 같은 문장도 해설하는 사람에 따라 강조점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남겨 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