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에 쓰이는 글자는 천간 열 개와 지지 열두 개, 모두 스물두 글자뿐입니다. 그런데 열 개와 열두 개를 곱하면 120가지 짝이 나올 것 같지만, 실제로 쓰이는 조합은 절반인 60가지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사주 항목도 천간 10가지와 지지 12가지를 갑자부터 계해까지 순서대로 짝지은 것이 육십갑자라고 적습니다.
여덟 글자는 이 스물두 글자의 어디에 앉을까
사주는 태어난 해, 달, 날, 시를 네 개의 기둥으로 세우고 기둥마다 간지 두 글자를 놓아 모두 여덟 글자로 나타냅니다. 위쪽 글자가 천간, 아래쪽 글자가 지지입니다. 백과는 천간을 십간, 지지를 십이지라고도 부른다고 적고, 천간과 지지가 모두 음양과 오행으로 나뉘며 지지는 여기에 절후와 띠와 달과 시각까지 나타낸다고 설명합니다.
자리 규칙은 단순합니다. 윗자리에는 열 글자 가운데 하나가, 아랫자리에는 열두 글자 가운데 하나가 옵니다. 소리가 같은 ‘신’이라도 위에 놓이면 辛이고 아래에 놓이면 申입니다. 글자를 읽기 전에 그 글자가 기둥의 위쪽인지 아래쪽인지부터 확인하는 습관이 혼동을 가장 많이 줄여 줍니다. 백과 사주 항목이 든 1911년 8월 25일 오후 6시생의 사주는 신해, 병신, 정묘, 기유로 적히는데, 위쪽 辛, 丙, 丁, 己가 천간이고 아래쪽 亥, 申, 卯, 酉가 지지입니다. 한 사주 안에 위쪽 辛과 아래쪽 申이 함께 놓이는 보기여서 두 글자를 구별하는 연습으로도 알맞습니다. 아래 두 절은 이 구분을 따라 천간을 먼저, 지지를 나중에 펼칩니다.
천간 열 글자는 다섯 오행을 양과 음으로 가른 것
천간은 갑, 을, 병, 정, 무, 기, 경, 신, 임, 계입니다. 앞에서부터 두 글자씩 목, 화, 토, 금, 수가 배정되고 홀수 번째가 양, 짝수 번째가 음입니다. 『삼명통회』 권2는 십간을 오양오음으로 나누어 갑을 양목, 을을 음목이라 부르는 식으로 풀이합니다. 글자마다 붙는 자연물 비유는 『적천수』 천간론의 해설에서 옮겼습니다. 비유는 성질을 기억하려고 붙인 오래된 손잡이일 뿐 사람의 기질을 판정하는 표가 아니므로, 이 글은 비유까지만 적고 성격으로 번역하지 않습니다.
목, 화, 토 여섯 글자
갑과 을은 목입니다. 해설은 갑을 뿌리와 줄기의 나무로, 을을 가지와 잎의 나무로 설명하고 을이 화초처럼 부드럽다고 덧붙입니다. 병과 정은 화입니다. 병은 서리와 눈도 겁내지 않는 맹렬한 불이고, 정은 같은 불이지만 따뜻하고 겉이 부드러우며 속이 밝은 불로 그려집니다. 무와 기는 토입니다. 무는 산등성이의 흙, 기는 밭과 정원의 흙이며, 해설은 무에 대해 성벽을 뜻하는 말이 아니라고 미리 선을 긋습니다.
금과 수 네 글자
경과 신은 금입니다. 경은 살기를 띤 굳센 쇠, 신은 부드럽고 맑은 쇠입니다. 임과 계는 수입니다. 임은 모든 강을 이루기도 하고 비와 이슬이 되기도 하는 큰물이고, 계는 가장 약한 물이지만 하늘 높은 곳까지 닿는다고 풀이합니다.
같은 열 글자에 『삼명통회』 십간분배천문 대목은 전혀 다른 그림을 붙입니다. 갑은 우레, 을은 바람, 병은 해, 정은 별, 무는 노을, 기는 구름, 경은 달, 신은 서리, 임은 가을 이슬, 계는 봄비입니다. 책마다 비유가 이렇게 달라서 어느 한 그림을 글자의 정의로 못 박을 수는 없습니다.
지지 열두 글자는 띠와 달과 시각을 함께 짊어진다
지지는 자, 축, 인, 묘, 진, 사, 오, 미, 신, 유, 술, 해입니다. 『삼명통회』는 자를 쥐, 축을 소, 인을 호랑이, 묘를 토끼, 진을 용, 사를 뱀, 오를 말, 미를 양, 신을 원숭이, 유를 닭, 술을 개, 해를 돼지에 짝짓고, 쥐, 호랑이, 용, 말, 원숭이, 개는 홀수라 양, 나머지 여섯은 짝수라 음이라고 가릅니다. 그 까닭으로 양의 짐승은 발이 홀수이고 음의 짐승은 발이 짝수라는 풀이를 달고, 발이 없는 뱀은 따로 이유를 대어 설명합니다. 오행으로는 자와 해가 수, 인과 묘가 목, 사와 오가 화, 신과 유가 금, 진, 술, 축, 미가 토입니다. 아래 그림은 천간과 지지를 한 장에 모은 것입니다.

계절로 묶으면 석 자씩 네 묶음
인묘진이 봄, 사오미가 여름, 신유술이 가을, 해자축이 겨울입니다. 석 자 가운데 마지막 자리인 진, 미, 술, 축은 모두 토입니다. 봄의 목에서 여름의 화로 곧장 건너뛰지 않고 계절 사이마다 흙이 한 칸씩 놓이는 구조입니다. 『적천수』 지지론은 인신사해를 사생(四生), 자오묘유를 사패(四敗), 진술축미를 사고(四庫)라 부르고, 사생은 건드려서 흔들리기를 꺼리고 사고는 열어 주는 것이 맞다는 식으로 자리마다 다른 판단 기준을 붙입니다. 방위도 지지가 함께 맡습니다. 『삼명통회』 십이지 분배 대목은 자를 정북, 오를 정남, 묘를 정동, 유를 정서에 놓고 인을 간(艮)방, 신을 곤(坤)방이라 부릅니다. 계절마다 가운데에 놓이는 자, 묘, 오, 유가 곧 네 방위의 한가운데를 맡는 글자입니다.
달은 절기에서, 시각은 두 시간씩
지지가 나타내는 달은 음력 초하루가 아니라 절기에서 시작합니다. 백과의 절기 항목에 따르면 입춘은 양력 2월 4일경이며 태양의 황경 315도에 해당하고, 사주 항목은 달이 1일이 아니라 절기의 시작을 기준으로 바뀐다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인월은 입춘, 묘월은 경칩, 진월은 청명, 사월은 입하, 오월은 망종, 미월은 소서, 신월은 입추, 유월은 백로, 술월은 한로, 해월은 입동, 자월은 대설, 축월은 소한에서 열립니다. 양력으로는 경칩이 3월 6일경, 청명이 4월 5일경, 입하가 5월 6일경처럼 대개 매달 4일에서 8일 사이에 들고, 열두 절기의 날짜는 위 표에 모두 적었습니다. 하루는 열두 시진으로 나뉘어 글자 하나가 두 시간을 맡습니다. 사주 항목의 예는 묘시를 5시부터 7시까지, 자시를 23시부터 1시까지로 적습니다.
스물두 글자가 120이 아니라 60이 되는 이유
천간과 지지를 첫 글자부터 차례로 짝지으면 갑(1)은 자(1)와, 을(2)은 축(2)과, 병(3)은 인(3)과 만납니다. 홀수 번째 천간은 홀수 번째 지지와, 짝수 번째는 짝수 번째와만 짝이 되는 규칙이어서 갑축이나 을자처럼 홀짝이 섞인 조합은 육십갑자에 없습니다. 양간 5개와 양지 6개가 만나면 30가지, 음간 5개와 음지 6개가 만나면 30가지이고 합해서 60입니다. 10과 12의 최소공배수가 60이라는 말도 같은 이야기입니다.

처음 열두 개를 적으면 갑자, 을축, 병인, 정묘, 무진, 기사, 경오, 신미, 임신, 계유, 갑술, 을해입니다. 열한 번째에서 천간은 갑으로 돌아가는데 지지는 아직 술이라 갑자가 아닌 갑술이 되고, 이런 어긋남이 쌓여 60번째에야 둘이 함께 한 바퀴를 마칩니다. 갑자에서 시작한 순서는 계해에서 끝나고 61번째에 다시 갑자로 돌아옵니다. 태어난 지 60돌을 회갑이라 부르는 것도 육십갑자의 ‘갑’으로 되돌아온다는 뜻에서 나온 말입니다.
지지 안에 든 천간, 지장간은 자료마다 다르다
지지 한 글자 안에는 천간이 숨어 있다고 보는 개념이 지장간입니다. 『삼명통회』는 천간을 천원, 지지를 지원이라 부르고 지지 속에 숨은 글자를 인원이라 하여, 이 인원이 월령에서 일을 맡는다고 설명합니다. 문제는 무엇이 들어 있는지가 고전마다 다르다는 점입니다. 『연해자평』의 지지 장둔가는 자궁에 계수 하나, 축에 계수와 신금과 기토, 인에 갑목과 병화와 무토, 묘에 을목 하나를 둡니다. 『삼명통회』 인원사사 대목은 월령에 일수를 나누어 자에 임수 7일과 계수 23일, 묘에 갑목 7일과 을목 23일을 둡니다. 같은 지지를 두고 숨은 글자의 수와 종류를 달리 적는 것입니다. 이 글은 지장간을 펼치지 않고 겉 글자만 다룹니다. 어느 배당으로 읽을지는 읽는 사람이 먼저 정해야 하는 선택입니다.
연지를 읽기 전에 입춘부터 확인한다
사주의 연지는 설날이나 1월 1일이 아니라 입춘을 경계로 바뀝니다. 1월 1일부터 입춘(2월 4일경) 사이, 또는 설과 입춘 사이에 태어났다면 일상에서 쓰는 띠와 사주의 연지가 다를 수 있으니, 생일이 입춘 앞인지 뒤인지를 먼저 보고 연지 글자를 읽습니다. 백과 사주 항목은 이런 어긋남이 윤달이 든 해의 전후에서 흔히 일어난다고 설명합니다.
이 글의 시각표는 정각을 기준으로 삼았다
자시를 23시부터로 잡느냐 23시 30분부터로 잡느냐처럼 자료마다 시각표가 어긋나는 대목은 어느 쪽을 따랐는지 밝혀야 합니다. 앞의 표는 열두 시진을 두 시간씩 나눈 전통 정의, 곧 정각 기준이어서 자시는 23시부터 1시까지, 묘시는 5시부터 7시까지입니다. 경계에서 몇 분 차이로 시주가 갈리는 이유와 야자시, 정자시의 선택은 태어난 시간이 바꾸는 범위에서 이어서 볼 수 있습니다.
위쪽 자리와 아래쪽 자리는 맡는 일이 다르다
같은 스물두 글자도 위에 놓이느냐 아래에 놓이느냐에 따라 쓰임이 갈립니다. 『적천수』 지지론은 자, 인, 진, 오, 신, 술을 움직임이 빠르고 강한 양지로, 축, 묘, 사, 미, 유, 해를 고요하고 한결같은 음지로 나누고, 길흉이 겉으로 드러나는 속도도 다르다고 적습니다. 천간끼리는 갑(甲)과 기(己), 을(乙)과 경(庚), 병(丙)과 신(辛), 정(丁)과 임(壬), 무(戊)와 계(癸)가 짝을 이루는 합이 있습니다. 『삼명통회』 십간화기 대목은 이 다섯 짝이 차례로 토, 금, 수, 목, 화로 바뀐다고 풀이하되 갑과 기는 진, 술, 축, 미의 달에, 을과 경은 사, 유, 축의 달에 태어나야 바뀐다는 식으로 달의 조건을 붙입니다. 지지는 열두 글자 가운데 일곱째 자리에 놓인 글자와 마주 보는 충이 있습니다. 지지는 띠와 달과 시각을 겸하는 만큼 천간보다 읽을 거리가 많아서 한 글자씩 따로 파고든 글이 있습니다. 자(子)가 품은 계절과 시각은 子가 기둥마다 맡는 일에서, 소의 달인 축(丑)은 축토 안에 든 지장간에서 이어집니다.
눈이 속기 쉬운 글자 짝과 비유의 오독
소리와 모양이 닮은 짝
가장 흔한 혼동은 ‘신’입니다. 천간의 辛과 지지의 申은 소리가 같고 둘 다 금이라서, 글에 ‘신금’이라고만 적혀 있으면 어느 쪽인지 알 수 없습니다. 모양이 닮은 짝도 있습니다. 천간 기(己)와 지지 사(巳), 그리고 이미 이(已)는 비슷해서 옮겨 적다가 서로 바뀝니다. 활자에서도 이 혼동이 일어나서, 온라인에 올라온 『삼명통회』 본문에는 사월을 가리키는 글자가 巳가 아니라 已로 찍힌 곳이 보입니다. 戊(무)와 戌(술)도 같은 부류여서 무술(戊戌)이라는 간지는 한 글자씩 대조해 읽어야 안전합니다.
같은 토, 같은 쇠라는 오독
무와 기를 둘 다 ‘흙’으로만 외우면 두 글자의 차이가 사라집니다. 『적천수』 해설은 무를 높고 두텁고 마른 산등성이의 흙으로, 기를 낮고 축축한 밭의 흙으로 가르고 기를 무의 가지와 잎에 해당하는 자리로 둡니다. 지지 쪽에서는 진, 술, 축, 미를 한 덩어리로 보는 읽기가 대표적입니다. 모두 토이고 계절의 끝자락을 맡지만 속에 든 글자는 다릅니다. 『연해자평』은 진에 을, 무, 계가 들었다고 하고 술에 신, 정, 무가 들었다고 노래하며, 『삼명통회』는 진에 을, 임, 무를, 술에 신, 병, 무를 둡니다. 배당은 책마다 어긋나지만 진과 술이 서로 다른 속을 가졌다는 점은 두 책이 같습니다. 쇠 쪽에도 오독이 있습니다. 신(辛)을 보석이라고 외우는 일이 흔한데, 『적천수』 해설은 신금이 구슬이나 옥을 뜻하는 말이 아니라 부드럽고 맑은 쇠일 뿐이라고 적고, 『삼명통회』 지지 대목도 유(酉)를 부드러운 구슬로만 논하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비유는 기억을 돕는 장치일 뿐 글자의 정의가 아니어서, 비유를 정의로 받아들이는 순간 읽기가 어긋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