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 이야기를 읽다 보면 몇 문장 못 가서 낯선 한자어에 발이 걸립니다. 천간이 어떻고 십성이 어떻고, 대운이 들어오고 충이 온다는데 — 정작 그 말들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아무도 친절하게 알려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주 용어만 따로 모아 정리한 첫걸음 사전을 만들었습니다. 여기 실린 열네 가지만 알아 두면 사주와 명리에 관한 글 대부분을 막힘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으셔도 좋고, 다른 글을 읽다가 모르는 말이 나올 때마다 돌아와 필요한 항목만 찾아보셔도 좋습니다. 이 글은 그렇게 ‘돌아오는 자리’가 되도록 설계했습니다.
이 사전에 실린 열네 가지
뼈대가 되는 용어 — 판 자체를 이루는 말들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사주라는 판이 무엇으로 만들어져 있는가입니다. 아래 네 용어는 벽돌과 기둥에 해당하는 말들이라, 이것만 이해해도 나머지 용어의 절반은 저절로 풀립니다.
사주팔자 (四柱八字)
태어난 연·월·일·시를 전통 역법의 글자로 옮겨 세운 네 개의 기둥(四柱)과, 그 기둥마다 두 글자씩 모두 여덟 글자(八字)를 함께 부르는 말입니다. 연주·월주·일주·시주라는 네 기둥이 각각 위아래 두 글자로 이루어져 있어서 4×2=8, 그래서 ‘팔자’입니다. 흔히 “팔자가 어떻다”라고 말할 때의 그 팔자가 바로 이 여덟 글자에서 온 표현입니다. 전통 명리학은 이 여덟 글자의 구성과 관계를 읽어 타고난 기질과 시기의 흐름을 살핍니다.
미니 예시 · 1995년 3월 21일 아침 8시에 태어났다면, 이 출생 기록이 연주·월주·일주·시주 네 기둥, 총 여덟 글자로 번역됩니다. 태어난 시간이 왜 꼭 필요한지는 태어난 시간까지 필요한 이유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천간 (天干)
여덟 글자 중 각 기둥의 ‘윗글자’를 이루는 열 개의 글자로, 갑(甲)·을(乙)·병(丙)·정(丁)·무(戊)·기(己)·경(庚)·신(辛)·임(壬)·계(癸)를 말합니다. 전통 이론에서는 하늘의 기운을 나타내는 글자로 보며, 열 글자 각각이 고유한 오행과 음양의 성질을 지닙니다. 예컨대 갑은 양의 목(木), 을은 음의 목으로 분류됩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기질과 지향을 읽는 재료로 쓰입니다.
미니 예시 · “갑목 일간이시네요”라는 말은, 태어난 날의 윗글자가 열 개의 천간 중 갑(甲)이라는 뜻입니다.
지지 (地支)
각 기둥의 ‘아랫글자’를 이루는 열두 개의 글자로, 자(子)·축(丑)·인(寅)·묘(卯)·진(辰)·사(巳)·오(午)·미(未)·신(申)·유(酉)·술(戌)·해(亥)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열두 띠가 바로 이 지지에서 나왔습니다. 지지는 땅의 기운을 나타내는 글자로, 계절과 하루의 시간대를 담당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그래서 태어난 계절과 시각의 정보가 지지를 통해 사주에 반영됩니다.
미니 예시 · 자(子)는 쥐띠의 글자이면서, 하루로는 밤 11시 무렵부터 새벽 1시 무렵까지의 시간대를 가리킵니다. 글자 하나가 띠·계절·시각을 겸하는 셈입니다.
육십갑자 (六十甲子)
천간 열 개와 지지 열두 개를 순서대로 짝지어 만든 60가지 조합입니다. 갑자(甲子)에서 시작해 계해(癸亥)로 끝나며, 61번째에 다시 갑자로 돌아옵니다. 연도만이 아니라 달, 날, 시간에도 이 60가지 조합이 각각 순환하며 배정되는데, 그 결과가 곧 사주의 여덟 글자입니다. 태어난 지 만 60년이 되어 자기 출생 연도의 갑자가 다시 돌아오는 해를 기념하는 것이 바로 회갑(回甲)입니다.
미니 예시 · 2026년은 육십갑자로 병오(丙午)년입니다. 병은 화(火)의 천간, 오는 말띠의 지지라서 ‘붉은 말의 해’라고 불립니다.

읽기의 기준이 되는 용어 — 글자를 해석으로 바꾸는 말들
여덟 글자를 세웠다면 이제 읽어야 합니다. 아래 세 용어는 낱글자를 ‘해석’으로 바꾸는 문법에 해당합니다. 사주 풀이 글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말들이기도 합니다.
오행 (五行)
세상의 기운을 목(木)·화(火)·토(土)·금(金)·수(水) 다섯 가지로 나누어 보는 동아시아의 오랜 분류 체계입니다. 천간과 지지 스물두 글자는 모두 이 다섯 오행 중 하나에 속하므로, 여덟 글자를 오행으로 바꾸면 어떤 기운이 많고 적은지가 한눈에 드러납니다. 전통 이론은 오행끼리 서로 살리는 상생(相生)과 서로 누르는 상극(相剋)의 관계를 통해 기운의 흐름을 설명합니다. 사주에서 ‘균형’을 말할 때의 기준이 바로 오행입니다.
미니 예시 · 여덟 글자 중 화가 넷이고 수가 하나도 없다면, 전통 이론의 관점에서는 화가 강하고 수가 비어 있는 구성으로 읽습니다. 이 균형을 읽는 방법은 오행 균형 읽는 법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일간 (日干)
태어난 날의 천간, 즉 일주의 윗글자를 가리키는 말로, 여덟 글자 가운데 ‘나 자신’을 나타내는 자리로 봅니다. 사주 해석의 거의 모든 판단은 이 일간을 기준점으로 삼아 이루어집니다. 나머지 일곱 글자가 일간을 돕는지, 누르는지, 빼내는지를 따지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사주 풀이는 대개 “당신의 일간은 ○○입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됩니다.
미니 예시 · 일간이 정화(丁火)라면, 전통 이론은 이를 촛불이나 화롯불 같은 음의 불에 비유해 그 사람의 바탕 기질을 설명하곤 합니다.
십성 (十星, 십신)
일간과 나머지 글자들 사이의 관계에 붙이는 열 가지 이름으로, 십신(十神)이라고도 부릅니다. 비견·겁재·식신·상관·편재·정재·편관·정관·편인·정인이 그것입니다. 같은 글자라도 누구의 사주에 있느냐에 따라 십성이 달라지는데, 일간이라는 기준점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전통 이론은 재물과 관련된 재성, 일·책임과 관련된 관성, 표현과 관련된 식상 등 십성의 배치로 삶의 여러 영역을 설명합니다.
미니 예시 · 갑목 일간에게 무토(戊土)는 편재라는 십성이 되지만, 병화 일간에게 같은 무토는 식신이 됩니다. 글자는 같아도 관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시간을 읽는 용어 — 흐름을 다루는 말들
사주가 다른 자기이해 도구와 구별되는 지점은 시간의 흐름을 체계 안에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10년, 1년, 하루라는 세 가지 리듬을 담당하는 용어와, 그 모든 계산의 바탕이 되는 책 한 권을 소개합니다.
대운 (大運)
10년 단위로 바뀌며 들어오는 큰 흐름의 기운을 말합니다. 타고난 여덟 글자가 ‘변하지 않는 바탕’이라면, 대운은 그 바탕 위로 계절처럼 지나가는 10년짜리 날씨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대운이 몇 살에 시작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게 계산되며, 태어난 날짜와 절기 사이의 간격으로 정해집니다. “대운이 들어왔다”는 말은 흔히 좋은 운을 뜻하는 관용구로 쓰이지만, 본래는 좋고 나쁨과 무관하게 ’10년 주기의 흐름이 바뀌었다’는 중립적인 용어입니다.
미니 예시 · “4대운”인 사람은 4세, 14세, 24세처럼 끝자리가 4인 나이마다 대운의 글자가 바뀝니다.
세운 (歲運)
해마다 바뀌는 그 해의 기운으로, 그 해의 육십갑자가 내 여덟 글자와 어떤 관계를 맺는지를 봅니다. 연말연시에 보는 신년운세의 이론적 근거가 바로 세운입니다. 대운이 10년짜리 큰 계절이라면 세운은 1년짜리 날씨인 셈이라, 전통 이론은 대운과 세운을 겹쳐 읽으며 시기의 결을 살핍니다. 같은 병오년이라도 사람마다 세운의 의미가 달라지는 이유는, 기준이 되는 여덟 글자가 저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미니 예시 · 2026년 병오년의 병화가 내 일간과 어떤 십성 관계를 이루는지 보는 것이 세운 풀이의 첫 단계입니다.
일진 (日辰)
그날 하루에 배정된 육십갑자를 말합니다. “오늘 일진이 사납다”라는 익숙한 표현이 바로 여기서 나왔습니다. 60개의 간지가 하루에 하나씩 순환하므로 같은 일진은 60일마다 돌아옵니다. 매일 보는 ‘오늘의 운세’는 대부분 이 일진의 글자와 내 여덟 글자의 관계를 읽는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미니 예시 · 오늘이 갑자일이라면 갑자라는 두 글자가 오늘의 일진입니다. 일진으로 하루를 읽는 방식은 일진과 오늘의 운세 이야기에서 자세히 풀었습니다.
만세력 (萬歲曆)
날짜를 간지로 바꿔 주는 달력, 즉 어떤 연·월·일·시가 육십갑자의 어떤 글자에 해당하는지를 수록한 역법 자료입니다. ‘만 년을 내다보는 달력’이라는 이름 그대로, 과거와 미래의 날짜까지 간지로 찾아볼 수 있게 만들어졌습니다. 예전에는 두꺼운 책의 형태였지만 지금은 대부분 앱과 웹 서비스가 그 역할을 대신합니다. 사주를 세우는 모든 계산의 출발점이 이 만세력입니다.
미니 예시 · 생년월일시를 입력하면 여덟 글자가 나오는 과정, 즉 만세력이 실제로 하는 일은 사주는 어떻게 계산되나에서 단계별로 따라가 봤습니다.
관계를 읽는 용어 — 글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
여덟 글자는 가만히 줄지어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전통 이론의 관점에서는 서로 끌어당기고 부딪치며 관계를 맺습니다. 궁합 이야기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마지막 세 용어입니다.
합 (合)
특정한 글자끼리 서로 끌어당겨 하나로 묶이는 관계를 말합니다. 천간끼리 맺는 천간합, 지지끼리 맺는 육합·삼합 등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합이 되면 글자들이 본래 성질을 잠시 접고 새로운 기운으로 기울어진다고 설명되며, 사람 사이의 끌림이나 협력에 곧잘 비유됩니다. 다만 합이 많다고 무조건 좋은 것으로 단정하지는 않는 것이 전통 이론의 일반적인 태도입니다.
미니 예시 · 자(子)와 축(丑)은 육합의 짝입니다. 두 사람의 사주에서 이런 짝이 발견되면 궁합 풀이의 재료가 됩니다.
충 (沖)
서로 반대편에 선 글자끼리 부딪쳐 흔들리는 관계입니다. 자(子)와 오(午), 묘(卯)와 유(酉)처럼 지지 열두 글자가 여섯 쌍의 충을 이룹니다. 충이라고 하면 겁부터 나기 쉽지만, 전통 이론에서도 충을 ‘나쁜 것’으로만 보지는 않습니다. 고여 있던 것을 움직이게 하는 변화와 자극의 계기로 읽는 관점이 함께 있기 때문입니다.
미니 예시 · 합과 충이 궁합에서 실제로 어떻게 읽히는지는 궁합, 합과 충의 원리에서 두 사람의 사례 구조로 정리했습니다.
신살 (神煞)
특정한 글자 조합에 별도의 이름을 붙여 두고 참고하는 일종의 ‘특수 규칙 목록’입니다. 도와주는 기운을 뜻하는 천을귀인, 이동과 변화를 뜻하는 역마, 매력을 뜻하는 도화 같은 것들이 대표적입니다. 종류가 수백 가지에 이르고 유파마다 취급이 달라서, 현대 명리에서는 신살을 주된 판단 근거보다는 해석에 풍미를 더하는 양념 정도로 다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살 하나만 떼어 좋다 나쁘다를 단정하는 풀이는 경계하는 편이 좋습니다.
미니 예시 · “천을귀인이 있다”는 말은, 일간을 기준으로 정해진 귀인의 글자가 내 지지 어딘가에 있다는 뜻입니다. 일부 신살은 태어난 시간을 알아야 판정할 수 있습니다.

💡 외우려 하지 마세요 — 이 열네 가지를 단어장처럼 암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주 글을 읽다가 막히는 말이 나오면 이 페이지로 돌아와 해당 항목만 다시 확인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용어는 시험 범위가 아니라, 오래된 언어로 적힌 이야기를 읽기 위한 사전일 뿐입니다.
용어를 더 찾고 싶다면
이 사전은 첫걸음에 필요한 것만 추린 것이라, 공부를 넓히다 보면 용신·격국·지장간처럼 한 단계 더 들어간 용어를 만나게 됩니다. 그럴 때는 학술적으로 정리된 자료를 곁에 두면 좋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 ‘사주’, ‘명리학’, ‘음양오행’ 항목을 찾아보면 각 개념의 역사적 맥락까지 확인할 수 있고, 국립민속박물관 한국민속대백과사전은 점복 문화 전반을 민속학의 시선으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이 사전에 실린 말들이 실제 풀이에서 어떻게 맞물리는지 보고 싶으시다면, 여덟 글자 중 나를 가리키는 한 글자를 다룬 일간이란 무엇인가와 다섯 기운의 많고 적음을 세어 보는 오행 밸런스 읽는 법이 다음 걸음으로 알맞습니다.
이 사전을 닫으며
낯선 분야의 문턱은 대부분 개념이 아니라 용어입니다. 사주팔자라는 판의 뼈대, 오행과 일간과 십성이라는 읽기의 기준, 대운·세운·일진이라는 세 겹의 시간, 그리고 합·충·신살이라는 관계의 문법 — 이렇게 네 묶음으로 지도를 그려 두면, 어렵게만 보이던 명리 이야기가 하나의 오래된 언어 체계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 페이지를 북마크해 두고, 읽다가 막힐 때마다 편하게 돌아오시길 바랍니다. 사전은 원래 그렇게 쓰라고 있는 책이니까요.
본 콘텐츠는 전통 명리학 이론에 기반한 참고용 교양 콘텐츠이며, 특정 결과를 보장하거나 전문적인 상담·조언을 대신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