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이 바뀌는 해에 인생이 뒤집힌다는 말은 대운의 정의 어디에도 들어 있지 않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10년 단위로 유동하는 것을 대운, 1년 단위로 유동하는 것을 세운이라고만 적습니다. 10년짜리 줄이 있다는 사실과 그 줄의 이음매에서 사건이 터진다는 주장은 다른 이야기이고, 고전 쪽도 같은 운 안에서 기운이 드러나는 시점이 사람마다 다르다고 적습니다. 그러니 먼저 줄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방향과 시작 나이는 무엇으로 정해지는지부터 계산 규칙으로 따라가 보겠습니다.
대운은 월주에서 한 칸씩 옮겨 가는 줄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사주 항목이 말하는 대운은 사주 원국 위에서 10년 단위로 움직이는 흐름입니다. 이 흐름의 간지는 월주에서 출발합니다. 월주를 기점으로 60갑자를 한 칸씩 앞으로 또는 뒤로 옮기고, 한 칸이 10년입니다. 월이 양력 1일이나 음력 1일이 아니라 절기가 들어오는 날을 경계로 바뀐다는 점이 이 계산의 바탕입니다. 백과의 예로, 1920년의 입춘은 음력 1919년 12월 16일에 들었고 이날부터는 기미년 정축월이 아니라 경신년 무인월로 셉니다.
고전의 표기는 오늘의 표기와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삼명통회』 대운 항목은 갑자년 12월에 태어난 사람의 예에서 대운이 ‘정축에서 일어난다(起於丁丑)’고 적습니다. 정축은 그 사람의 월주 간지입니다. 이 글의 가상 예는 월주의 다음 칸을 첫 대운으로 적는 방식을 따르겠습니다. 한 칸이 10년이므로 여덟 칸이면 80년어치입니다. 표에 몇 칸을 보여 주는지는 만세력마다 달라서 칸 수가 다른 표가 함께 쓰입니다.
순행과 역행은 무엇이 가르는가
줄의 방향은 두 가지 조건이 겹쳐서 정해집니다. 앞으로 가면 순행, 뒤로 가면 역행입니다.
기준은 일간이 아니라 태어난 해의 간지입니다
『삼명통회』는 양남음녀(陽男陰女)는 순행하고 음남양녀(陰男陽女)는 역행한다고 적습니다. 고전의 예시는 갑자년에 태어난 사람을 놓고 ‘갑자 양남’이라고 부르니, 음양을 판정하는 글자는 태어난 해의 천간입니다. 갑·병·무·경·임이 양이고 을·정·기·신·계가 음입니다. 같은 갑자년 출생이라도 남성은 양남이라 순행, 여성은 양녀라 역행이 되어, 같은 해에 태어난 두 사람의 줄이 서로 반대편으로 뻗습니다. 사주 해석 대부분이 일간을 기준으로 돌아가다 보니 대운 방향도 일간으로 판정하는 실수가 잦은데, 방향만큼은 연간을 봅니다.
성별 조건은 전통 규칙으로 읽습니다
만세력에서 성별을 묻는 이유가 바로 이 규칙입니다. 다만 이것이 고전이 정한 약속이라는 점은 밝혀 두어야 합니다. 어떤 만세력이든 같은 명식에서 성별만 바꾸면 대운 간지의 방향이 반대로 나옵니다. 그 규칙을 받아들이느냐와 별개로, 내 표가 어느 방향으로 만들어졌는지는 확인해 둘 만합니다.

대운수는 날수를 셈해서 얻는다
첫 대운이 몇 살에 들어오는지를 대운수라고 합니다. 셈하는 방법은 방향에 따라 갈립니다. 순행이면 태어난 날부터 다음 절입일까지, 역행이면 태어난 날부터 지난 절입일까지의 날수를 셉니다. 절입일은 월주가 바뀌는 절기가 드는 날인데, 1년을 12절기와 12중기로 나누어 헤아리는 방법은 국립민속박물관의 이십사절기 항목에 정리돼 있습니다. 절입 시각 가까이에서 태어났다면 시각까지 밝힌 만세력 자료로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3일이 1년이 되는 환산
『삼명통회』는 한 달 30일을 10년으로 보는 대응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하루는 12시진이니 한 달은 360시진이고 3일은 36시진인데, 1년이 360일이므로 한 시진을 10일로 바꾸면 3일이 1년에 들어맞고 한 달 360시진은 3,600일, 곧 10년이 됩니다. 이 환산에서 하루는 4개월, 한 시진은 10일이 됩니다. 책의 예는 다음 입춘까지 5일 3시진이 남은 순행의 경우이고 결과는 1세 9개월입니다. 오늘의 방식으로 계산해도 5일 3시진은 5.25일이고 이를 3으로 나누면 1.75년, 곧 1년 9개월로 같습니다. 이 환산 덕분에 순행과 역행의 대운수는 서로 짝이 됩니다. 한 절기 간격이 대략 30일이므로 순행 날수와 역행 날수를 더하면 30 안팎이고, 각각을 3으로 나눈 대운수를 더하면 10 안팎이 됩니다. 태어난 날이 다음 절입일에 가까울수록 순행의 대운수는 작아지고 역행의 대운수는 커집니다. 뒤의 가상 예에서 4와 6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나머지를 처리하는 방식이 갈리는 자리
날수가 3으로 나누어떨어지지 않으면 나머지가 생깁니다. 13일이면 4년에 1일이 남고, 『삼명통회』식 환산으로 하루는 4개월이니 4년 4개월입니다. 이 값을 4세로 적을지 5세로 적을지, 개월까지 적을지는 자료마다 다릅니다. 그래서 같은 사람의 대운수가 만세력마다 한 살 차이로 나오는 일이 생깁니다. 계산 오류라기보다 처리 규칙의 차이이므로 하나의 기준으로 계속 보는 쪽을 권합니다. 여기서는 개월까지 적는 『삼명통회』식(하루 4개월)을 따르고, 뒤의 예는 나머지가 없는 경우만 씁니다.
가상의 명식에 줄을 세워 보면
아래는 가상의 예입니다. 연간이 기(己)이고 월주가 신미(辛未)인 명식을 두고, 절기 간격을 단순하게 30일로 놓겠습니다. 월주 신미는 기년(己年)의 6월에 해당하는 간지로, 월두법에 맞춘 배열입니다.
생일에서 다음 절입일까지 12일이라면 순행하는 사람의 대운수는 12를 3으로 나눈 4입니다. 연간이 기, 곧 음이므로 여성이면 순행이고 줄은 4세 임신, 14세 계유, 24세 갑술, 34세 을해, 44세 병자, 54세 정축, 64세 무인, 74세 기묘로 놓입니다. 같은 날 태어난 사람이 남성이라면 역행하고, 이번에는 지난 절입일까지의 날수를 셉니다. 한 달을 30일로 놓았으니 12일의 반대편은 18일이고, 대운수는 18을 3으로 나눈 6입니다. 줄은 6세 경오, 16세 기사, 26세 무진, 36세 정묘, 46세 병인, 56세 을축, 66세 갑자, 76세 계해입니다.
같은 생일, 같은 월주에서 성별 하나만 달라졌는데 시작 나이는 4세와 6세로, 첫 간지는 임신과 경오로 갈렸습니다. 대운표를 볼 때 방향과 대운수를 따로 확인해야 하는 이유가 이 한 장에 들어 있습니다.

고전은 대운에서 지지를 더 무겁게 봅니다
『삼명통회』 대운 항목에는 대운 읽기의 원칙이 한 줄로 적혀 있습니다. 천간 운에서는 지지의 기운을 함께 쓰고, 지지 운에서는 천간의 물상을 버리며, 대운은 지지를 중시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운이 동쪽, 남쪽, 서쪽, 북쪽 어디로 달리는지를 따지는 설명이 뒤따릅니다.
10년을 앞 5년은 천간, 뒤 5년은 지지로 나누어 읽는 방식을 소개하는 글도 있지만, 대조한 대운 항목에서는 그런 반분을 찾지 못했습니다. 쓰려면 자료를 밝히고 써야 하는 규칙이라는 뜻입니다. 대운 간지를 읽을 때 지지의 방위와 계절을 먼저 보는 습관은 고전의 이 문장에서 나왔다고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앞의 가상 명식에 이 원칙을 대 보겠습니다. 지지만 읽으면 순행 줄은 신·유·술이 서쪽, 해·자·축이 북쪽, 인·묘가 동쪽 순서로 방위가 넘어갑니다. 역행 줄은 오·사의 남쪽에서 시작해 진·묘·인의 동쪽을 거쳐 축·자·해의 북쪽으로 내려갑니다. 같은 생일에 같은 월주인데 한쪽은 서쪽에서 북쪽으로, 다른 쪽은 남쪽에서 동쪽을 지나 북쪽으로 가는 길이 됩니다. 어느 쪽 길이 낫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두 사람의 표를 같은 잣대로 비교할 수 없다는 점이 요지입니다.
원국에 이미 있는 것이 운에서 드러난다
같은 항목에는 운이 원국과 만나는 원리도 적혀 있습니다. 사주의 강약과 있고 없음, 가볍고 무거움을 먼저 보라는 것입니다. 원국에 관이 있으면 관운에서 발하고, 재가 있으면 재운에서 발하며, 재앙이 있으면 재앙의 운에서 일어난다(原有官,行官運發官)는 문장이 이어집니다. 대운이 새 사건을 만들어 낸다기보다 원국이 품고 있던 것이 운의 계절을 만나 드러난다는 구조입니다. 이 구조에서는 대운 글자 하나만 떼어 길흉을 말하는 읽기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새 대운을 대조할 때 던질 질문도 ‘무엇이 오는가’가 아니라 ‘원국의 어떤 글자를 건드리는가’가 됩니다.
전환기는 선이 아니라 폭으로 읽습니다
같은 대운 항목은 원국의 기운이 깊으면 운을 맞자마자 발하고(迎運便發), 얕으면 운을 지나서야 발하며(交過運始發), 중간쯤이면 운의 한가운데에 이르러 발한다(運至中則發)고 적습니다. 같은 운 안에서도 드러나는 시점이 원국에 따라 갈린다는 뜻이므로, 운이 바뀌는 나이를 기준으로 하루 만에 흐름이 갈린다고 읽을 수 없습니다. 여기에 만세력마다 대운수가 한 살씩 갈릴 수 있다는 사실이 더해집니다. 표에 찍힌 전환 나이는 계산의 결과이지 사건이 일어나는 날짜가 아니고, 한 해 안팎의 오차를 품은 값으로 읽는 편이 원문과도 어긋나지 않습니다. 대운수가 작은 사람은 첫 전환이 일찍 오고 큰 사람은 늦게 오지만, 대조한 대운 항목에는 대운수의 크고 작음에 길흉을 붙인 문장이 없습니다. 달라지는 것은 리듬이지 우열이 아닙니다. 한 해 단위의 움직임인 세운은 이 배경 위에 얹히는 더 짧은 층이고, 해마다 읽는 방식은 세운으로 한 해를 읽는 글에 따로 있습니다.
내 대운 전환기를 확인하는 순서
- 태어난 해의 천간이 양인지 음인지 확인하고 성별과 짝지어 순행인지 역행인지 정합니다. 연주는 입춘을 기점으로 바뀌므로 1월이나 2월 초에 태어났다면 해의 간지부터 다시 확인합니다.
- 월주를 확인합니다. 월은 절기가 들어오는 날로 바뀌므로, 태어난 날이 절입일 가까이에 있다면 월주가 맞는지 먼저 점검합니다. 연주·월주를 뽑는 순서가 흐릿하다면 사주를 계산하는 원리를 먼저 훑어보면 됩니다.
- 순행이면 다음 절입일까지, 역행이면 지난 절입일까지의 날수를 세고 3으로 나눕니다. 나머지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기준을 적어 둡니다. 절입 시각 가까이에서 태어났다면 날수가 하루 달라질 수 있으니 시각까지 확인합니다.
- 월주에서 한 칸씩 옮겨 첫 대운부터 여덟 칸 안팎을 나열하고, 대운수에 10을 더해 가며 전환 나이를 적습니다.
- 현재 나이가 전환 나이에서 한 살 안팎 거리에 있는지 보고, 새 대운의 지지가 원국의 어느 글자와 만나는지 대조합니다.